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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게시판

재무설계센터 칼럼 3

작성일
2016.09.26 13:59
조회
2,128

돈에 대한 낯선 사색 :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돈이란 무엇인가?
한 마을에 농부 한 사람과 어부 한 사람이 살고 있다
쌀을 먹고 싶은 어부와 생선을 먹고 싶은 농부가 만나 쌀 한 되와 생선 두 마리를 ‘교환’한다
비로소 ‘경제활동’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어느 해 흉작으로 쌀이 충분치 못한 농부는 생선이 먹고 싶어 어부를 찾아 간다
--다음해 쌀을 수확하면 한 되를 내줄 테니 미리 생선 두 마리를 달라
바꾸어 말하면 ‘어부에게 쌀 한 되를 내어준다는 약속’을 한 셈이다
농부는 어부에게 쌀 한 되를 ‘빚’진 것이고 그 약속을 글로 적었다면 일종의 ‘차용증’인 셈이다. 

 

쌀 대신 차용증을 받은 어부는 대장장이를 찾아간다.
--작살을 만들어 주면 생선 두 마리를 주겠다
그러나 대장장이는 생선이 필요없다. 대신 쌀이 필요하다. 이 말을 들은 어부는 ‘차용증’을 내밀며
--이것을 농부에게 가져다주면 쌀 한 되를 줄 것이니 대신 작살을 만들어 달라
이제 차용증은 ‘누구에게든 쌀 한 되를 내어주겠다는 약속’이 된다 

 

이번에는 어부가 재단사에게 찾아가
--옷 한 벌을 만들어주면 쌀 한 되와 바꿀 수 있는 증서를 주겠다 한다
재단사는 쌀도, 생선도 필요없다고 한다. 대신 바늘 한 쌈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럼 대장장이에게 이 증서를 주면 쌀 한 되 값어치의 바늘을 만들어 줄 것이다. 한다
이제 차용증은 누구에게든 쌀 한 되 값어치의 물건(혹은 일 : 서비스, 용역)을 내어주겠다는 약속’이 된다. 

 

차용증은 쌀 한 되
               생선 두 마리
               옷 한 벌
               바늘 한 쌈
과 ‘교환’되기 시작한다.  


차용증의 의미를 정리해보자

  • 1. 어부에게 쌀을 빚짐
  • 2. 누구에게든 쌀을 빚짐
  • 3. 누구에게든 쌀과 동등한 가치를 빚짐

 


중요한 것은 애초에 이 증서의 정체가 ‘차용증’ 즉, 빚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돈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근원적인 대답은 ‘빚이다’ 일 것이다
누군가 돈을 많이 벌었다면 다른 누군가는 그만큼의 빚을 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빚을 지면 채권자를 위해 일을 해주든 내 것을 내어주든 해야 한다 

 

평생 가난하게 살며 무지자(無知者)를 자처했던 소크라테스는 그의 제자 플라톤의 ‘국가’를 통해 돈과 관련한 일화 하나를 남긴다. (소크라테스는 직접 쓴 책을 남기지 않은 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가 많은 부를 축적한 케팔로스라는 노인에게 재산을 가짐으로써 어떤 점이 가장 좋은 지를 묻는다.
노인은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남에게 재물을 빚진 상태로 죽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 한다. 

[플라톤의 국가 1권 ‘크라시마코스’ 중] 

 

물론 소크라테스의 대화는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문제로 확장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재산을 빚으로 평가한다는 관점이다
그 빚의 근원은 생선, 쌀, 작살, 옷 등등이다.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고기를 낚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빚이 생길 수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99%가 빚에 허덕이고 있을 때, 그것은 ‘그들의 도덕적 해이와 과소비 때문이다’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3포세대, 5포세대로 스스로를 규정하기에 이른 피학증의 젊은 세대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소를 키워야 한다. 누군가는 벽돌을 날라야 바람을 막아줄 집을 지을 수 있다
아무도 생선이나 작살, 쌀을 만들지 않으면 애초에 돈이라는 것도 없다.
돈은 교환할 수 있는 물건이나 서비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부자 부모를 만나지 못한 탓에 학자금 대출과 함께 성인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면,
월급만으로는 20년을 모아도 집 한 칸 장만할 수 없는 현실이 막막하다면,
아니, 그런 월급이라도 받아봤으면 좋겠다, 생각이 굴뚝같다면,
패배주의는 어울리지 않는다.
적어도 그것은 당신들의, 우리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 소를 키워야 한다는 변함없는 진실이 있는 한 비정상은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