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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게시판

재무설계센터 칼럼 5

작성일
2016.09.26 14:27
조회
2,074

돈에 대한 낯선 사색 : 당신의 투자안을 의심하라 


‘이세돌’이라는 인간과 ‘알파고’라는 컴퓨터 프로그램 (A.I : 인공지능)이 바둑을 둡니다.
바둑은 가로 세로19개씩의 선이 겹쳐진 곳에 두 가지 색의 돌을 번갈아 두어 집을 만든다는 단순한 룰을 가진 게임이지만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지닙니다.
인간은 경험과 직관으로 표현되는 이른바 <연역>으로 돌을 두어가지만 알파고는 엄청난 속도의 연산, 즉 <귀납>으로 이에 응수합니다.
(AI의 능력이 직관에 닿아있다고 평가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복잡한 연산과정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 이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승패를 떠나 이번 이벤트를 통해 인간들은 깨닫습니다. 알파고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악수(惡手)를 두고도 이겼다고, 우리가 믿었던 정석(定石)이 무너졌다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연역적 사고는 애초에 도그마의 위험을 잉태하고 있습니다. 


삼단논법으로 유명한 플라톤은 사고의 방법을 정리하면서 이른바 <연역법>를 이야기 했습니다 .
     대전제 :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소전제 :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결론 :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대전제 : 빈삼각은 대표적인 악수이다
     소전제 : 빈삼각을 많이 두면 패한다
     결론 : 알파고는 패한다
 


연역에서 말하는 의심할 바 없는 <대전제>가 얼마나 빈약한 기반 위에 군림해 왔는지를 목도합니다.
<백조는 흰색이다>라는 대전제는 무수한 사례(경험)로 도달한 결론이지만 이 대전제를 무너뜨리는 데는 단 하나의 사례,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로 충분하다는 엄중한 정언을 목도합니다.  


유난히 <열풍>이 많은 대한민국의 경우 (펀드열풍, 로또열풍, 테마주열풍, 부동산열풍 등등) 투자자산을 선택하는 데 이 비약한 대전제가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전제 : 그래도 부동산만한 게 없다
     소전제 : 이 투자안은 부동산이다
     결론 : 나는 투자에 성공할 것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혹은 행동재무학에서 <* 자기과신 오류>라고 부르는 현상은 그래서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상황에서는 모든 연역적 대전제를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왜냐하면 견고해 보이는 대전제가 무너지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예외로 충분하고, 그 단 하나의 예외가 투자자 개인에게는 치명적인 실패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그렇다고 믿는 곳 일 수록 예기치 않은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 연못의 얼음이 깨질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것을 되새겨 보아야 할 시절입니다.  

 

* 자기과신 오류 : 자신의 예측, 실행, 판단능력을 과신한 결과 잘못된 미래 예측에 빠지는 것. 전문가, 경영자들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남. 새로운 정보에 소홀해지거나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을 때 흔히 범하는 오류 (출처:한경 경제용어사전)


** 프레드릭 래빙턴 <경기순환> 1922 :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 연못의 얼음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정도는 같이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더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