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데나리온과 은 30냥 (가치와 가격)

 

 

예수께서 베다니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식사하실 때에 한 여자가 매우 값진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옥합을 가지고 와서 그 옥합을 깨뜨려 예수의 머리에 부으니 어떤 사람들이 화를 내어 서로 말하되 어찌하여 이 향유를 허비하는가 이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 이상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줄 수 있었겠도다 하며 그 여자를 책망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만 두라 너희가 어찌하여 그를 괴롭게 하느냐 그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니 아무 때라도 원하는 대로 도울 수 있거니와 나는 너희와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 그는 힘을 다하여 내 몸에 향유를 부어 내 장례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

 

(마가복음 14장 3절 ~8절)

 

여자가 예수에게 부은 향료는 당시로서는 엄청나게 귀해서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우리돈 3,000만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지금도 3,000만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아니 한번에 부어 없애기에는 너무 큰 돈이다. 그래서 비난하는 사람과 제자가 있었던 것도 무리가 아닌 듯 하다. 3,000만원이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게 돈은 거기에 숨어있는 효용, 진짜 가치를 숫자로 바꾸어 놓는다. 여기서 한 여자는 나사로 (죽음에서 예수가 살렸다고하는) 의 누이라고 전한다. 그러므로 향유의 값은 이제 단순한 비싼 물건이 아닌 형제의 목숨 값으로 바뀐다. 이제 3,000만원이 비싸다 할 수 있는가? 향유의 진짜 가치는 단순히 현재돈 3천만원이 아닌 사람의 목숨값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예수는 ‘내 장례를 미리 준비하였느니라’하며 자신의 죽음을 예언하고 향료를 죽은 자에 대한 예의로 바꾸어놓는다. 똑같은 돈 3천만원이 비싼 향료, 형제의 목숨, 장례의 예 와 같은 가치가 된다.

 

이왕에 첫 교재로 성경을 펼쳤으니 다음 장도 넘겨본다.

 

그때에 열둘 중에 하나인 가룟유다라 하는 자가 대제사장들에게 가서 말하되 내가 예수를 너희에게 넘겨 주리니 얼마나 주려느냐 하니 그들이 은 삼십을 달아 주거늘 저가 그때부터 예수를 넘겨 줄 기회를 찾더라

 

(마태복음 26장 14절 ~ 15절)

 

정작 300데나리온이라는 엄청난 향유 대접을 받았던 예수는 자신의 제자에 의해 ‘겨우’ 은화 30냥에 팔리고 만다. 은화 30 냥은 노예 한 사람의 몸값이다. 300데나리온을 몸에 부은 사람의 몸값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이렇듯 사람마다 상황마다 같은 금액을 두고 평가기준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물건값을 흥정할 때 ‘싸다’혹은 ‘비싸다’고 표현한다 싸다는 것은 홀로 말해질 수 없다. 반드시 다른 것과 비교해야만 의미가 있다. 즉 그 물건을 샀을 때 얻게 되는 만족감 (가치)에 비해 지불하는 돈의 양 (가격)이 싸거나 비싸다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서도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도덕, 윤리, 철학이 개입한다. 사람을 개 돼지처럼 ‘당연히’사고 팔던 시대가 있었던 반면 어떻게 사람의 장기 (신장 등)를 사고 팔 수 있는가 개탄하는 시대도 있다. 아무리 비싸도 어쩔 수 없이 살 수 밖에 없는 재화가 존재하기도 하고 싸다고 무조건 잘 팔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백화점 마케터들 사이에서는 일부 고가품의 경우, 가격표에 동그라미 하나를 더 붙이면 오히려 더 잘 팔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배불런 효과’라 불리는 이 현상은 사람의 소비심리가 꼭 가격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듯이. 그들이 구매하는 것이 ‘허영심’ 이냐, ‘좋은 사람과의 대화’냐, 음악과 커피향을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이냐에 따라 한 잔 커피의 가치는 ‘비싼 것’일 수도 ‘싼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에 돈을 쓰느냐는 어디에 가치를 두는 삶을 살 것이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돈으로 표현되는 가격이라는 ‘양’에 가려진 가치라는 ‘질’을 따져보는 것이 내 돈을 가치 있게 쓰는, 그럼으로써 삶을 가치 있게 사는 방법이 될 것이다.